해서 농부의 세계가 개시된다. 새 벽 어스 름 에 농부가 피곤 한 몸을 이끌고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면 한 사람의 고단한 일상의 세계가 열리게 된다.
더불 어 그가 발에 신고 가는 구두밑창에는 새 벽이 슬 이 묻어있고 풀 벌레 소 리, 밭고랑의 흙, 달빛의 마 지 막 떨림도 함 께 한다. 스스로 드러 내지 않는 이 러 한 대지도 어떤 강 제적 압박도 없이 스스로 드러낸 다. 작품은 작품으 로 존재 하면서 세계를 열어세움과 동시에 대지 28 ) 도 불러 세우는 것이다.
세계는 보다 개시적이고 대지는 보다 폐쇄적이기에 서로 다른 것이 나 타나기도 하고 연관을 가지기도 한다. 작품존재의 두 본질적 개시 방식, 세계의 열어세움과 대지의 불러 세움 사이의 엇갈림을 ‘투쟁’이라 파 악한 다.
“ 본질적 투쟁에서는 투쟁하는 것들이 그들 본질의 자기주장 속에서 상대를 고양시킨다. 본질적 자기주장은 경직된 채 자신의 어떤 우연한 상 태 를 고집함 이 아니다. 그것은 그 자신의 존재가 유래하고 있는 숨 겨 진 근원성에 스스로를 맡기는 것이다. ” 29 )
하이데거의 위의 기술을 좀 더 깊 이 들여다보자. 세계의 자기주장이란 지속적으로 퍼 져 가는 존재 연관에서 그 같은 지속적 열림의 경향을 뜻 한 다. 또한 상대를 고양시킨다는 것은 세계는 자신의 지속적인 열림과 더불
어 반대로 자신을 닫으 려 고만 하는 경향의 대지를 불러 세우는 것을 뜻 한 다.
잊지 말 아 야 할 것은 세계와 대지의 두 존재 모두 ‘숨김 속의 드러 남’을
28) 대지와 민족과의 관계를 예를 들면 하이데거에게서 ‘자연’ 속에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장소(터)를 지칭하는 ‘대지’는 문화적 유산을 담지하고 있는 ‘고향’의 의미한다.
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유산을 통해 민족의 공속성은 유지된다. 그런데 많은 경우 문화 적 유산의 가능성은 과거로부터 전해져 오는 과정에서 그 본질은 역사에 침전되어(숨 겨져) 있다. 여기서 우리는 왜 하이데거가 대지를 ‘자기 폐쇄적’으로 규정했는지를 파 악할 수 있다. 서동욱, 2014, 미술은 철학이다, 문학과 지성사, 39쪽 29) M. 하이데거, 민형원 역, 앞의 책, 59쪽
- 26 - 잊지 말 아 야 한다. 세계가 오로지 개시성의 측면만, 대지가 오로지 폐쇄성
의 측면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. 작품 존재 속의 자연 개시는 각각의 자연물이 그것의 진정한 그것다움에로 돌아가는 그 런 방식의 개시다. 즉 강 압적인, 억 지스 러 운 자연 개시와는 차 원이 다른 것이다.
대지의 경우 자기주장이란 자신을 닫고 자신의 고유함을 간직하 려 는 경 향성이다. 작품의 작품 존재는 세계의 열림과 더불 어 대지를 바로 그 러 한 폐쇄적이면서도 굳 건 한 것으로 불러 내어 세워주는 것이요 세계를 그 위에 굳 건 히 터 잡 아 주는 일이다. 대지는 자신의 그 런 경향성을 포기할 필 요 가 없다. 자신을 닫고 간직하는 대지는 마 냥 열리고 퍼 져 감으로써 자칫 지반을 잃을 수 있는 세계에게 그 세계가 딛 고 서 있을 수 있는 터 전을
마 련해 준 다. 이것이 대지가 자기주장 속에서 세계를 고양시키는 방식이다.
세계는 끊임없이 연관되어있는 존재연관들과 개시를 하면서 동시에 대 지에게도 개시의 기 회 를 제 공 한다. 동시에 자신은 대지 위에 근거 짓 고 안식한다. 대지는 세계에게 근거와 안식의 지반을 제 공 하면서 동시에 자 기 발현의 기 회 를 갖 는다. 세계와 대지는 서로 엇갈리면서도 보완하며 작 용한다.
하이데거는 세계와 대지,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개시가 지니는 엇갈림과 보완의 통일성을 ‘투쟁’이라 파 악한다. 이는 엇갈리지만 동시에 상호보완 적이고 매 우 생산 적인 투쟁이다. 작품은 작품 답 게 순 수하게 자 립 적으로 존재하면서 이 같은 투쟁을 선동하고 또 존속시 켜 나간다. “ 작품의 작품 존재는 세계와 대지 사이의 투쟁을 투쟁화 하는 데 있다. ”
하이데거는 작품의 내적 연관에서 빚 어지는 ‘투쟁의 투쟁화’를 존재론적
차 원에서의 극도의 움직임으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그 움직임 가운데 자리
잡 은 어떤 고요를 느 낀다. 이 때 움직이란 존재자의 물리적 움직임과는 다르다. 낙엽이 떨어지거나 아이가 뛰어가는 움직임은 감각적으로 지각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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